CONNECT, BTS SEOUL 관람 후기 1
프로젝트의 키워드인 "CONNECT"는 서로 다른 가치와 다양성을 그대로 존중하며, 그것들을 관계망처럼 연결시켰을 때 새로운 의미의 생태계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지는 오늘날 디지털 커뮤니티의 본질을 반영한다. '다양성에 대한 긍정'과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존재하는 작은 것들에 대한 소망' 등 반탄소년단이 추구해 온 철학과 가치이자 현대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로, 이번 프로젝트는 방탄소년단과의 공감을 통해 새로운 '연결'을 모색하는 장이 될 것이다.
- 이대형, 아트 디렉터의 말
1월 28일에 전시가 시작된 CONNECT, BTS SEOUL 을 관람하고 왔다.
예약이 필수라서 오픈 즉시 지인이 예약했고 지난 금요일(1월 31일) DDP에 방문했다.
이번 서울 전시는
앤 베로니카 얀센스 Ann Veronica Janssens
<그린, 옐로, 핑크 (Green, Yellow and Pink)>
<로즈 (Rose)>
강이연 Yiyun Kang
<비욘드 더 씬 (Beyond the Scene)>
이렇게 세가지 작품인데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것은 아무래도 <그린, 옐로, 핑크 (Green, Yellow and Pink)>.
대기하고 있던 중에 안내해주시던 분이 했던 멘트는 방탄소년단의 창작할 때의 마음을 떠올려 봐라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이미 방탄소년단은 너무 친숙해서인지 남의 목소리로 듣는 소년단에 대한 찬사는 괜히 민망하고 부끄럽고 그래서 시키는 대로 못했다.
이 공간 안에 들어가면 내가 눈을 뜨고 있고 주변이 전혀 어둡지 않음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볼 수 있는 것이라곤 내 손 정도... 조금만 멀어져도 실루엣조차 제대로 볼 수 없도록 자욱한 안개가 깔려있다.
입장하고 나서 지인과 '정말 아무것도 안보이네요' 이런 대화를 하다가 멀어졌는데, 짧은 순간이지만 정말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나를 찾는 지인의 목소리에 느낀 안도감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
실존이라는 것은 내가 나를 만지고 나를 볼 수 있다고 해서 느껴지는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고 만지고 하는 감각들이 마치 환각처럼 느껴지면서 내 존재에 대한 의문과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인이 나를 찾아주니 나는 존재한다는 확신을 얻은 느낌.
무언가를 통해 느끼는 바는 각 존재마다 다를테고 그리고 언제, 어떤 상황, 누구와 함께 갔느냐에 따라 그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다르겠지만 나에게 지금 이 전시에 대한 감상을 묻는다면 두려움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마음이 급해서 설명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들어갔던 공간.
인간의 몸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들게 했고, 또한 슬픔을 느끼게도 하는 구나 느꼈던 작품, 비욘드더씬.
방탄소년단의 'fake love'을 떠오르게 하는 색과 동작... 네모난 공간 속의 나는 멍한 상태로 슬프면서 아름답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분명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영상이 매우 길게 느껴졌으며, 이것은 영상이 지겹다는 뜻이 아니라 아니라 순간이 뇌리에 뚜렷하게 각인되어가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다.
지난 해 방탄소년단이 공방을 하면서 팬들에게 준 멤버들의 선물을 조롱하는 커뮤니티 글을 보면서-
내가 좋아하고 지지하는 아티스트가 나에게 양질의 음악과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애 쓰는 것만으로 충분히 고마워 해야 할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해당 가수에게 돈 한푼 써보지 않은 이들이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돈을 많이 벌었으니 비싼 선물을 팬에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그 무엇으로든 팬과 소통하려고 노력해왔고, 난 그걸 꽤 자주 느낀다.
부정적인 방향보다 순간순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를 이끌어 왔다.
단편적인 예로 방탄소년단 리더 알엠이 가는 미술관을 나도 가게 되었고, 그들이 준비한 전시를 보며 여러가지 감정을 느꼈으니까...
이번 전시로 그들과 컨넥트 된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해도, 아니 뭔지 잘 모른다 해도
팬들과 컨넥트 되기 위한 방탄소년단의 노력이라고 이 모든 것을 바라본다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취미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